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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영어 교육, 내 노후 자금

mottabitneu-T 2025. 3. 1. 14:57

아이 둘을 키웠다.

2006년쯤, 일본에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둘 째가 1학년이던 해의 크리스마스 날,

아이들이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양말을 놓고, 닌텐도 게임기가 갖고 싶다고

기도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모습을 봤다. 그런 크리스마스를 그냥 보낼 수 없어서 

밤 12시쯤 밖에 나가서 닌텐도 게임기를 사왔다.

그리고는 양말 속에 넣어 놓았다.

다음날, 아이들이 기뻐해 줬다.

그런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주신게 아니고 아빠가 밖에 갔다가 와서 넣어 놓는것을 봤다는

것이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들 곁을 떠났다.

 

어느날, 더 이상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다고 아이들에게 선언을 했다.

아이들은 실망이 큰 표정이면서도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받아

들이는 분위기가 되었다대신, 아이들에게 제안을 했다.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대신, 너희들이 스스로 선물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

방법은?

 - 영어책을 읽는 것이다.

 - 영어책을 소리내어 읽으면, 포인트를 줄깨.

 - 아빠가 정해준 분량을 3번 읽으면 1포인트

 - 하루에 쌓을 수 있는 포인트는 13포인트

 - 만약, 그날 읽었던 내용을 외울 수 있으면 2포인트 보너스

 - 1포인트는 100원으로 환산하여 현금 교환.

 - 현금으로 너희들이 사고 싶은것을 살 수 있다.

※ 중요한 것은 반드시 소리내어 읽은 것만 포인트로 인정한다는 것.

 

아이들도 동의를 했다.

그렇게 아이들이 영어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루 읽을 분량은 많지 않게 정해 줬다. 한번 읽는데 1분 정도의 분량.

3분 정도 읽으면 1포인트, 대략 30~40분이면 13포인트가 쌓이도록 했다.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아이들이 목이 쉬어 있었다.

2살 터울인 아이 둘은 서로 경쟁도 하고 의지도 하면서 하루 13포인트 또는

15포인트 씩을 쌓아 갔고, 자기들이 쌓은 포인트를 수첩에 기록해 두었다.

 

그렇게 매일 포인트를 쌓으면, 한 달이면 대략 4만원 정도의 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이 당연히 좋아했다.

4만원을 가지고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샀다. 그리고 다시 포인트를 쌓았다.

그런데, 그렇게 몇 번 해 보더니 쌓인 포인트를 바로 뭔가를 사는데 써 버리지

않고 좀 더 모으기 시작했다. 좀 더 비싼 것을 사려는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나중에는 충분한 포인트가 모여도 함부로 뭔가를 사지 않게

되었나는 것이다. 자기들이 쌓은 포인트를 그냥 써 버리는것을 아깝게 느낀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축하는 마음과 경제 관념이 생기는 것을 봤다.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 온 이후에도 영어책을 읽었고, 포인트를

계속 쌓았다. 큰 아이는 그때그때 갖고 싶은 것을 구입하는 편이었는데,

작은 아이가 한 번은 레고 중에서 비싼 것을 목표로 했다.

80만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80,000포인트를 모으기 까지는 시간이 너무 멀었다.

그래서, 26,000 포인트 정도를 모았을 때, 정성이 갸륵해서 가족회의를 거쳐

사줬다. 그렇게 초등학교 6학년까지 영어책을 읽고, 포인트를 모았다.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부터는 전화 영어를 시켜줬다.

그동안 4년 정도를 영어책을 소리내어 많이 읽었기 때문에 외국인과 대화

하는데에 무리가 없지 싶었고, 잘 해 냈다. 물론 포인트도 계속 쌓았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물론이고 생일 선물도 없다. 오직 포인트로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포인트 모으고 전화 영어를

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였다. 학원은 일체 보내지 않았다.

고 2때 큰 아이가 수학 학원에 다녀야 겠다고 해서 1년 정도 보낸게 전부다.

작은 아이는 그마저도 본인이 원하지 않아서 다니지 않았다.

 

두 아이 모두 지역에서 이름있는 고등학교를 다녔고, 전교 7등 안에 들었다. 

그런데, 둘 다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열심히 공부를 했고, 성적도 좋았었는데, 막상 대학에는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수시 입학제도가 이상한 괴물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심히 학교 공부를 해도 본인이 원하는 대학을 들어 가기가 매우 우려운 구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 교수 자녀처럼 불법과 편법으로 자기 자녀들의 능력이 대단한

것처럼 위장해서 좋은 대학에 들여 보내는 구조로 오염 되어 있는 것을 봤다. 

겉으로는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것처럼 아름답게 포장해 놓았지만, 막상 그 안은

꼼수가 난무하고 편법과 불법으로 썩기 좋은 구조인 것이다. 

 

1차 떨어지고, 2차 떨어지고, 뒤로 밀리고 밀려 겨우 대학에 들어는 갔다.

큰 아이가 대학 1학년 때 심심풀이로 TOEIC 시험을 봤다. 만점에서 1개 부족한

점수가 나왔다. 레알? 와우 믿어지지 않는 점수였고, 그동안의 효과에 깜놀했다.

작은 아이는 아직 영어 시험을 본적은 없지만, 5배수로 겨우 붙은 대학인데 3학년

까지 1등을 해 오고 있다. 

 

큰 아이는 유튜버로 멋지게 자리를 잡았고, 둘 째는 아직 학생이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학원에 대한 어느 교육 전문가의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을 학원에 보내는 행위를 하면서 자기 만족을 한다는

것이었다. 즉, 성적이 오르고 안오르고에 관계 없이 부모로서 책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기들이 힘들게 번 돈을 아이를 위해 기꺼이

투자 했으니 그런 위안의 마음을 갖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 같다.

문제는 몇 만명 인가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학원에 보낸것이 자기주도

학습 대비 실질적인 성적 향상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내가 부모로서 학원에 보내지 않은 것이 한편으로 잘못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틀린것은 아니었구나 확신이 들었다.

 

아이 둘을 대학에 보내 본 경험으로, 예전의 학력고사처럼 수능 하나만으로 대학에

들어 가도록 바뀌는 것이 오히려 공정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입시 제도가 그렇게

바뀌는 것이 바람직 하다생각한다. 그래야, 금수저 흙수저 관계 없이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에게 기회가 열리고, 그렇게 성실한 사람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도록

해야 우리 사회와 나라가 건강해지는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것을 보면 선량한 양심과 상식이 사라지고, 몰상식이 상식으로

둔갑해 오히려 큰 소리 치고, 모럴 해저드가 도처에서 심각할 정도로 만연해 있는

것을 본다. 거기서 나오는 단물 빨아 먹고 있는 소수들에게 천국이겠지만...

사람들이 진짜 칼 냉정하게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얼마전 나는 퇴직을 했다.

아이 둘을 키우며 학원에 흘려 보내지 않았던 돈들은

고스란히 나의 노후 자금으로 남았고,

거기에 더해 아이들과 우리에게 재미있는 추억들도 남았다.

잘 따라 주고 멋지게 자라준 아이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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