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3년 6개월간 다녔던 직장에서 희망 퇴직을 하고 한 달 7일 차 되는 날이다.
지난 월요일('25/2/3일) 대상포진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빡쎈 후유증을 견뎌내느라
정신적 여유가 없었는데, 4일째인 오늘, 이제는 완전히 회복되었기에 실업 후
현재의 심경을 정리해 보려고 글쓰기 창을 열었다.
미리 요약하면,
그동안 퇴직의 느낌이 잘 들지 않았었다. 장기 휴가의 느낌이다.
퇴직하고 한 달이 더 지난 지금, 아직도 내가 다니던 회사의 일원인 듯한 느낌이
여전하다. 하지만,
- 월급날이 되어도 통장 잔액은 그대로이고 즉, 더 이상 입금되지 않고,
- 1월에 퇴직 정산을 한다면서 500만원 가까운 금액을 회사에 반납하고,
- 국민연금 임의 계속 가입을 신청하고, 납입 만기까지의 금액 모두를 선납하고,
(선납 시 할인이 있다고 하여, 그렇다고 공단에서 선납을 유도하지는 않았음)
- 설 명절을 치르고 (설 소비를 치르고)
- 고향의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 용돈 드리고
(백수가 되었음을 말씀드리고 줄여서 예전의 2/3 드림)
-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로서 1월분 건보료를 어제('25/2/5일) 이체하고,
- 매월 꼬박꼬박 나가는 관리비
등을 하고 나니 통장 잔고가 팍! 팍!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입은
- 매일 IRP 계좌의 퇴직연금에 쬐끔이지만 이자가 붙고 있는 것을 들여다 보고
(퇴직금 중간정산 안했으면... ㅜㅜ)
- 약간의 배당주에서 나오는 얼마 안되는 년 및 분기 배당금을 월로 환산해 보고,
- 6월이면 만기가 되어 7월부터 수령할 연금보험의 월 예상 수령액을 더하고...
- 이렇게 저렇게 조금씩 모일 한 달 최소 수입을 계산해 보면서
'7월부터는 좀 괜찮겠지?, 이정도면 괜찮아!'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지금보다 기준 금리가 하락하여 IRP 이자가 줄어드는 것은 두려운 변수이다.
그렇게 되면 퇴직금 원금을 더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고,
그걸 다 사용한 이후의 진짜 노후에 대한 대책이 사라진다.
어떻게든 그 시간을 늦춰야 하는 것이 퇴직한 현재의 숙제이다.
몇 년 후부터 나올 국민연금이 현재로서는 제일 믿음직한 희망이다.
문제는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현 제도 유지 시, 2055년 경 고갈이라 하니, 내 나이 90세 전후 정도이다.
현재 태어나고 있는 출생 세대부터 30대까지의 청년 세대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정치적 잠재 변수이고, 대다수가 자신들이 손해 볼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을 한다면, 가능한 빠른 시간에 연금 개혁을 관철시켜 입법할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들어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 제도도 지금과
다르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된다.
다만, 신세대의 출생자 수가 기성세대보다 적을 수 있고 그래서 혜택 받는
기성 세대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현 대통령은 국민연금 개혁의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국회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듯하여 당장의 일은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지금 워낙 정치적으로 혼란한 상황이라, 지금 미래에 대해 염려하고
계획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튼, 지금의 국가 체제가 변함없이 유지된다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연금 수령액이 가령, 지금 대비 50% 정도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상정해 둘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걱정하는 대부분의 일들이 현실이 되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얘기도 있지만,
안전에 관한 것은 항상 최악을 가정해서 보수적으로 딴딴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젋었을 때 읽었던 『앤드류 카네기 자서전』에서 얻은 내 신념이다.
낸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고 아름다운 일이다.
국민연금 기금을 잘 운용해서 엄청난 이익을 지속적으로 거둔다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현실은 있을 수 없다. 결국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일이 된다.
"됬고, 나만 받으면 돼" 라고 비정하게 말하는 입장은 아니다.
그것은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에 공짜는 없다. 국가가 빚을 내서 준다?
그것은 미래 세대의 것을 강제로 빼앗는 것이고 빚을 떠 넘기는 것이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수많은 군인들의 희생,
누군가의 헌신의 덕으로 나는 오늘의 편리함과 안전, 풍요를 누리고 있다.
내가 후손들에게 저분들처럼 뭔가 해주지는 못할 망정,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를
물려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언제가 됬든 연금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법과 수준으로 조정이 된다면
손에 들어온 물고기 놓아 주듯 아쉬울 수 있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우리집은 과소비를 자제하는 삶을 살아 왔다.
외벌이에 아이 둘을 키워야 했기에 소비를 넉넉하게 하기에는 본능적인 긴장이
있었고, 부부가 알뜰한 성향이라서 그런 알뜰살뜰 생활에 별 불만 없이 살아
왔었다. 둘 째가 대학을 마치지 않은 상황이라서 교육비가 좀 더 들어가야 한다.
그동안의 삶의 기조를 유지 한다면 그럭저럭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고,
일단, 지켜보고, 생각보다 심각해질 것 같다면 새로운 수입 창출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찾아 보려고 한다.
퇴직한 선배들도 그런 것처럼 보였다. 처음 몇 달, 길게는 1년 정도 쉬다가
실업급여도 막히고, 어느 시점이 지나면 초조해하고 결국 일을 찾아 나서고
새로 직장에 다니시는 경우를 종종 봤다.
나의 지금 생각은 어떻게든 견뎌보겠다 이지만, 끝까지 버티겠다 장담은 못한다.
나도 이 길은 처음 가보는 것이라...
그래서, 현재까지의 결론은
- 섣부른 투자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하고
- 계속 상황을 주시하다가,
예상되는 상황변화가 있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 무엇인가 계획 할 때는 너무 긍정적으로 문제 없을 것이다 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꼼꼼히 따져 보는 습관을 유지하면서,
- 국민연금도 예정액 대비 50%정도 줄어들것까지 고려해서
- 불필요한 소비는 절제 하면서
- 소확행을 찾아서 움직이는것
정도가 아닌가 한다.
오늘도, 평일인지, 주말인지 요일에 대한 감각이 없고, 답도 없고,
곧 회사로 출근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부질 없는 망상임을 자각하면서
거울보며 전동 바리깡으로 머리나 손질 해야 겠다. ㅎㅎ
실업자 여러분,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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